Startup Diary #10 닭잡는 칼과 소잡는 칼

할계언용우도(割鷄焉用牛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쓴다는 말이다. 원래 공자님이 제자를 칭찬하려 하신 말씀으로 작은 일에도 과하다 싶을만큼 성심을 다하는 제자를 칭찬하려고 돌려 말한 농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어의 뜻을 그대로 살려 작은 일을 하는데 너무 큰 도구나 노력을 들이는 것을 말하며, 효율이 떨어지는 낭비를 경계하는 뜻으로 종종 사용된다.

스타트업에서도 효율은 중요한 문제다. 모든 자원이 부족한 상태이니 효율적인 운영은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다.  대부분의 비용이 인건비인 스타트업에서 비용 효율이 좋다는 말은 저렴한 인건비를 의미한다. 인건비가 꼭 능력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렴한 인건비로 좋은 사람과 함께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MVP를 구현할 정도의 초급 인력으로 투자를 받을 때까지 버티는 길을 택하기 쉽다.  투자를 받으면 그때가서 인력을 구하고 다시 키워나가는 식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아주 효율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대부분의 경우 인건비는 "비용"으로 처리한다. 연구비 등의 특별한 경우라면 자산이나 투자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비용으로 처리한다. 비용이 맞다면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아껴야 하는 것이 맞다. 

근데 정말로 인건비는 비용일까?
적어도 우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시 스타트업의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창업자의 훌륭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기반으로 초급 인력을 저렴하게 구인해서 적은 비용으로 MVP를 만들었다. 그런데 첫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피보팅해야 하는 상황이면 어떻게 할까?  첫 아이디어 그대로 투자받고 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추진 과정에서 수정과 개선이 필요하며 피보팅을 하거나 아예 다른 개념으로 변신한다. 그런데 이 과정을 초급 인력들이 순조롭게 뒷받침할 수 있을까?

창업자의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 초기에 좋은 투자자를 만났다고 치자. 돈이 있으니 이제 사업을 키울 좋은 인력을 구할 수 있을까?  큰 기업도 좋은 인력을 단번에 구할 수 없어서 신입 사원 채용이라는 제도를 통해 인력을 키운다. 3~4년 정도 열심히 키워서 어느 정도 업무 능력이 된다 싶으면 그제서야 본격적으로 일을 맡긴다.

자원이 풍부한 대기업에서조차 좋은 인력을 단번에 구할 수 없어서 교육을 통해 키우는데, 모든 것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단번에 좋은 인력을 확보할 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래서 우리는 고급 인력부터 충원하기로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사람 찾기에 집중했다. 

스타트업이야말로 시작부터 좋은 인력을 닥치는대로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건비 아끼면 한달 버틸 자금으로 두달 버틸 수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초급 인력으로 한달 더 버틴다고 회사가 살아날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우연히라도 좋은 인력과 인연이 닿는다면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잡아야 한다. 좋은 사람을 구할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좋은 파트너라도 구해야 한다. 좋은 인력을 끌어들이는 능력은 스타트업 CEO가 반드시 가져야 할 핵심적인 자질이다.

스타트업의 CEO는 원피스의 루피가 되어야 한다.  

경력 많은 개발자라면 회사를 먹여 살릴 외주를 할 수도 있고, 한달 만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MVP로 구현할 수도 있다. 뛰어난 관리자라면 석달만에 ISO 인증도 받고 기업 부설 연구소 설립도 할 수 있다. 경험많은 기획자는 6개월 동안 60여개의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내부 프로젝트 3개를 동시에 관리하는 일을 해내기도 한다. 

우리팀 이야기다. 

우리 팀 밥값이 비싼 편이다. 또 한해가 지났으니 물가 따라 밥값도 오를 예정이다. 제법 부담이 되지만 괜찮다. 일하는 사람한테 밥은 먹여야 하지 않겠나. 더구나 일을 잘하는 사람인데 넉넉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줘야지, 그게 CEO의 역할이다. 이제 몸풀린 우리 팀이 제대로 일하겠다는데 어찌 밥값을 아끼겠나.

인건비는 비용이 아닌 투자다. 

투자없는 성장이 가능할 리 없다.
성장없는 스타트업은 생존도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20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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